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날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 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 측에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개인정보위는 페이스북에 2012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 이용자 최소 330만명의 개인 정보를 다른 사업자에 유출한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개인정보위의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정부가 만든 집단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들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따를 의무는 없다. 페이스북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단분쟁조정 절차에는 181명만 참여했지만, 페이스북이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181명 외 33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 보상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성장 스토리 속에는 ‘이용자’가 있다. 페이스북은 가입자의 활동 이력 기반 개인 맞춤형 광고로 빠르게 성장했다.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은 애플의 개인 정보 정책 강화 후 성장 둔화 상황인데, 이는 이용자 정보를 활용해 거둔 광고 수익이 많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인데, 지금과 같은 모르쇠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의 2021년 3분기 매출은 2020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29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가의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295억6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4분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페이스북 이용자 중 스스로 자신의 정보 추적에 동의한 경우도 있겠지만, 복잡한 개인 정보 처리 정책을 알지 못한 채 동의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심지어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도 외부에 유출했다. 문제가 발생하자 묵묵부답이다.

페이스북을 향산 부정적 여론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반독점 이슈는 물론, 청소년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유해성 콘텐츠 노출을 묵인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며 분위기가 싸늘하다. 페이스북이 돈 벌기에 급급한 나머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페이스북은 최근 사명을 변경하며 악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치중됐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인 메타버스 사업을 통해 회사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사명과 로고를 바꾼다고 해서 악화한 여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기호 형태의 메타 로고(∞)를 ‘프레즐 과자’ 같다고 지적했다. CNN은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 후 이스라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조롱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메타라는 용어 자체가 히브리어로 '죽은'(dead)을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페이스북데드'(#FacebookDead)란 해시태그를 쓰며 페이스북의 브랜드 개편을 조롱한다.

페이스북이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누구 탓도 아닌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명을 바꾼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지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과 오용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적정 수준의 배상을 해야 한다. 이제는 페이스북이 답을 할 때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