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등 기밀사항은 제외
전세계 130여개 기업서 제출
美, 공급망 붕괴 빌미로 삼아
타산업에도 자료 요구할 우려
문승욱 산업부 장관 미국行
전세계 130여개 기업서 제출
美, 공급망 붕괴 빌미로 삼아
타산업에도 자료 요구할 우려
문승욱 산업부 장관 미국行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대부분 참여했다. 일본의 유리기판 기업 AGC의 미국 자회사인 AGC멀티머터리얼과 반도체 부품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이 자료를 냈다. 다만 한국시간 9일 기준으로 공개된 자료에는 중국 기업의 자료 제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는 반도체 전문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학교들도 자료를 제출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차를 제조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의 참여가 많았다. 자동차 공룡인 독일의 BMW와 미국의 GM도 자료를 냈다. 다만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참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에 반도체 정보를 제공하면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해를 입는 곳은 한국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 정부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 죽이기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 공급망 정보를 이용해 샤오미 등 중국 업체 견제에 나설 수 있다"며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한국 업체가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공 요구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데이터가 충분히 좋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도체에 이어 다른 업종으로도 미국 정부의 정보 제출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정부가 자신의 원천기술을 활용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척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반도체를 시작으로 다른 IT 업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핑계로 한 지속적인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정보 제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문 장관은 11일까지 2박3일 동안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러몬도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문 장관의 방미는 미 정부가 요구한 반도체 공급망 정보 제출 시한인 8일을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따라서 문 장관은 러몬도 장관에게 한국 기업이 낸 자료를 소개하면서 영업 기밀 등의 이유로 추가 자료를 내기 어려운 사정 등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강 등 양국 간 다방면의 공조 강화 방안 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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