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브라우저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뜨겁다. [사진: 셔터스톡]
웹브라우저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뜨겁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구글 크롬이 통일한 듯 보이던 웹브라우저 시장 판세가 다시 이슈다. 아직까지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분을 확대하려는 테크 기업들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웹브라우저 시장은 2008년 이후 구글 크롬이 들었다 놨다하는 구도다. 90년대 말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넷스케이프를 침몰시키고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 안주(?)하다 2008년 IE보다 빠른 속도로 중무장한 크롬의 기습공격에 밀려 마이너 브라우저 업체가 됐고 이후 구글이 독주하는 브라우저 시장 판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T 생태계에서 브라우저가 갖는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크롬을 향한 견제구들이 여기저기에서 날아오고 있어 주목된다. 점유율 변화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구글 주도 판세를 깨려는 다른 브라우저 업체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는 양상이다.

특히 '왕년의 황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출시한 윈도11 운영체제(OS)를 자사 웹브라우저 '엣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우선 윈도11은 기본 웹브라우저를 엣지에서 다른 걸로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들이 이같은 제약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엣지디플렉터(EdgeDeflector)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까지 차단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엣지디플렉터 앱이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등은 엣지를 기본으로 쓰지 않는 사용자들한테도 윈도11 시작 메뉴 검색에서 다른 브라우저를 쓸 수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까지 막으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로토콜, 더버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같은 행보는 애플이 iOS 생태계에서 구사하는 전술과 유사하다.

아이폰의 경우 애플 사파리 외에 다른 제품을 기본 브라우저로 쓸 수 있지만 애플은 iOS를 통해 사용자들이 사파리를 기본으로 쓰도록 계속 유도하는 것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1에서 보이는 최근 움직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S 시장 지배력을 다른 제품 거점 확대에 투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개척한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도  윈도OS에 IE를 무료로 탑재해 시장에 뿌리는, 이른바 '끼워팔기' 였다.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독점 규제 논란에 휩싸였고 한때 미국 정부에 의해 회사가 쪼개질 뻔한 상황에 처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끼워팔기 논란에 휩싸일만한 행보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 지위는 독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독점 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던 10여년 전과 비교해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퍼스트를 기치로 내건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장 큰 돈 안되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명가 재건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건 테크판에서 브라우저가 갖는 중량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웹브라우저 업체들은 광고 삽입, 데이터 수집은 뮬론 고유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대표하는 등 룰을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엔진인 빙을 사람들이 많이 쓰도록 하는 방법은 엣지를 기본 브라우저로 만들고, 빙을 엣지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애저 클라우드나 광고 등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사업을 키우는데도 유리할 수 있다.

프로토콜은 "브라우저를 사람들이 쓰는 모든 앱의 차세대 OS, 인프라, 연결 수단으로 생각해 보라"면서 "iOS와 안드로이드는 분명 매우 좋은 비즈니스로 판명됐다. 전체 인터넷 시장에서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되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도 점점 OS스럽게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쇼핑과 조사 기능을 개발했고 시간이 가면서 보안 툴들도 브라우저에 투입하고 있다고 프로토콜은 전했다. 

웹은 최근 열기가 뜨거운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다.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웹브라우저는 신원, 보안 시스템, 지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웹브라우저 혁신을 기치로 내건 스타트업들이 늘면서 업계 판세도 역동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외에 더브라우저컴퍼니, 사이드킥, 고스트 등 스타트업들도 사용자들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웹브라우저를 개발 중이다. 고스터리( Ghostery)와 토르(Tor)는 보안에 초점을 맞춘 웹브라우저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브레이브는 암호화폐 지갑, 전용 뉴스 피드, 프라이버시 퍼스트 광고 상품을 브라우저에 구현했다.

애플도 사파리 브라우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구글 크롬에 맞설 대항마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iOS 생태계에서 애플이 가진 영향력을 감안하면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선 특히 그럴 수 있다. 

국내 시장을 보면 웨일 브라우저를 앞세운 네이버의 행보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3년에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내걸고 웨일 사용자 기반 확대를 위한 공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웹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든 회사들이 늘고, 타도 구글을 외치는 함성소리도 커졌지만 구글이 들었다 놨다하는 업계 판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크롬은 여전히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3분의 2 이상을 틀어쥐고 있다.  

그럼에도 크롬을 향한 도전자들의 공세에 점점 거세지고, 크롬에 불만을 갖는 사용자들도 꽤 있음을 감안하면  브라우저 시장이 다자간 경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메타버스를 포함해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플랫폼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브라우저를 둘러싼 테크 기업간 레이스가 갖는 흥행파워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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