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이재용, 구글 CEO와 회동..미래 먹거리 찾기 강행군(종합)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3 13:24

수정 2021.11.23 13:24

바이오·차세대통신·인공지능 챙겨
구글 최고경영진과 회동..AP 생산 담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등 양사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등 양사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 했다.
[파이낸셜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뉴삼성'과 '미래 먹거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으로 떠난 이 부회장은 약 열흘에 걸쳐 동부에서 서부를 가로지르며 바이오, 차세대통신(5G·6G), 인공지능(AI) 등을 모두 둘러 보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는 특히 수개월을 끌어온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확정 지으면서 뉴삼성으로 가기 위한 밑그림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지시각 21일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삼성의 최첨단 선행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과 세트(무선·소비자가전) 부문의 선행연구 조직인 DS 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가 자리 잡고 있다.

■고통 없이 뉴삼성 없다..미래 거듭 강조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AI·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초격차' 전략에 한계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고 혁신 노력에 가속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기업을 추격하거나 따라오는 경쟁자를 따돌리는 것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고통스럽더라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를 써가며 '미래'와 '도전'을 강조한 것은 지금까지 삼성을 이끈 초격차에서 한 단계 올라서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 세계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뉴삼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뉴삼성'은 부친 타계 이후 이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에 대한 고심 끝에 내놓은 주제다. 작년 말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승어부'(선대를 능가해 효도하는 것)를 언급하면서 이를 진심으로 이루고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가석방 이후 행보를 보면 뉴삼성 구상은 사업적 측면에서 '메모리 절대 우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와 AI와 바이오 등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청년창업·기초과학·협력사 상생 등 삼성이 사회적 가치에 이바지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글의 AP 생산..담판지었나

이 부회장은 현지시각 22일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스마트폰 갤럭시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사업 파트너다. 이번 방문에서 이 부회장은 향후 삼성이 주력할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을 논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픽셀'에 직접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AP를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구글 최고 경영진과 이 문제를 담판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며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있다. 이것이 현실이 되려면 우선 애플을 등에 업고 있는 대만의 TSMC를 잡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AP 생산을 가져오게 되면 TSMC를 격차를 한발자국 더 좁힐 수 있게 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중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최종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현지 매체들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삼성전자가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각 23일 텍사스 주지사가 이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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