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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테슬라·구글·MS, 반도체 ‘자급 선언’…파운드리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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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애플·테슬라 등이 자사 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선언했다.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한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생산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영향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상위 1, 2위를 차지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수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자체 반도체 개발 나서는 ‘빅 테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체 반도체 개발 나서는 ‘빅 테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애플은 이달 안에 자체 개발한 시스템 반도체(M1X)를 탑재한 노트북(맥북 프로)을 출시할 예정이다. M1X의 생산은 TSMC에 맡겼다. 테슬라는 지난 8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D1을 공개했다. 이 반도체는 TSMC에서 생산한다. 최근 일부 외신에선 테슬라가 2세대 자율주행용 반도체 칩(HW4.0)을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구글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텐서’를 최근 공개했다. 구글은 이달 안에 신제품 스마트폰(픽셀6)을 선보일 예정이다. 픽셀6에는 텐서를 탑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텐서의 생산을 맡은 곳은 삼성전자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이 반도체의 생산 주문을 따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올해 1072억 달러에서 2025년 1512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11.6% 성장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2019년 AI용 반도체(쿠룬)를 개발했고 지난해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선 쿠룬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리한 뒤 후속 제품을 개발 중이다. 중국 알리바바도 AI용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현재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선 상위 다섯 개 업체가 절반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과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이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630만~71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로 전환이 가속하는 것을 고려하면 (자동차 업체들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화한 반도체를 쓰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선 주문하는 쪽(갑)과 주문을 받는 쪽(을)의 역학 관계가 바뀌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서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 사이 TSMC와 삼성전자의 수주전과 미세화 공정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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