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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에 AI 투입하니…임상까지 기간 4분의 1로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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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공지능(AI)이 제약·바이오 산업과 만나면서 데이터 분석부터 결과 예측, 가상임상 도입까지 신약 개발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9~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제약산업전시회에서도 이 같은 신약 개발 트렌드가 주목받았다. 오르한 카글라얀 세계제약산업전시회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 AI가 제약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향후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AI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 투입된다. 일본 스미토모제약과 영국 엑센시아가 공동으로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 분자를 찾아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는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 장애에 효과가 있는지 임상을 진행 중이다.

통상 실험실에서 발견한 1만 개 이상의 신약 후보 분자 중 10개 미만이 임상에 돌입한다. 확률이 0.1%도 안 되는 셈이다. 이 과정은 최소 3~4년 이상이 걸리는데, AI 기계학습 알고리듬을 활용하면 12개월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일본 제약업계 관계자는 “AI가 예측 정확도를 10%만 높여도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제약기업 인공지능 혁신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바이오 제약기업 인공지능 혁신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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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이후에도 AI는 유용하다. 방대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처리·해석하고, 임상에 적합한 후보군을 모집하거나 데이터를 식별하는데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는 임상 일정을 단축해 신약 개발비용을 축소하고 궁극적으로 승인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

크리스토스 바케스켈리스 얀센 AI팀장은 “전임상부터 표적 식별, 임상 최적화까지 AI를 신약 개발 전 과정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심혈관 질환이나 간·중추신경계 질환 등 일부 질병 치료 방식에도 AI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앞으로 단순히 기존 임상의 속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가상 임상’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탄생하는 데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케탄 파넬 클래리베이트 임상디렉터는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에게 센서를 부착하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적용하면 매일 환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임상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가 걸림돌이다. 비캐시 차터지 파마테크어소세이션 대표는 “규제 기관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각국의 규제 수준은 산업 변화의 도전이 될 수 있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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