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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빅테크…구글·MS 날고 아마존·애플 주춤

[나스닥에서 살아남기] (44)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21.11.12 15:08:35
  • 최종수정 : 2021.11.19 10:15:48
상반기까지 빅테크 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IT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경제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은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알파벳)은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물류 대란 직격탄을 맞은 애플과 아마존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분기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희비가 엇갈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애플과 아마존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사진은 아마존 물류센터. (아마존 제공)

3분기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희비가 엇갈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애플과 아마존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사진은 아마존 물류센터. (아마존 제공)



▶3분기 성적 어땠나

▷물류 대란에 아마존·애플 흔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눈부신 성과를 냈다. 마이크로소프트 2022 회계연도 1분기(2021년 7~9월) 매출은 453억17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모든 사업에서 매출이 뛰었는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애저 등이 포함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31% 성장하며 특히 선전했다. 영업이익은 202억3800만달러, 순이익은 205억500만달러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 48% 늘었다.

알파벳은 3분기 매출 651억1800만달러, 순이익 189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각각 41%, 68.4% 늘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스트리트 예상치를 넘어섰다. 구글 역시 클라우드 매출이 44.9% 증가한 것이 돋보인다.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 역시 매출이 43.3% 늘었다.

반면 애플과 아마존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2021 회계연도 4분기(2021년 7~9월) 매출 834억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9% 늘었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월가에서 전망했던 금액은 850억달러다. 애플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친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순이익은 62.2% 증가한 206억달러, 주당 순이익으로 환산하면 1.24달러였다. 월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부족 문제와 공급망 대란으로 주력 제품 아이폰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과를 낸 것이 발목을 잡았다. 월가에서는 3분기 아이폰 매출액을 415억1000만달러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388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업계 전반의 칩 부족과 코로나19 여파로 동남아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차질이 있었다. 공급 제한으로 발생한 잠재 매출액 손실이 6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매출은 1108억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 1116억달러보다는 적다. 지난해 3분기 62억달러였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49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63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반 토막 났다. 온라인 쇼핑 사업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 전체 매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매 분기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해오던 온라인 사업 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이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류 대란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인난에 따른 임금 인상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은 3분기에 추가 급여와 인센티브 지급, 공급망 관련 제약 때문에 20억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단기간 내 반등 어렵다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망

인기 투자처인 빅테크 종목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자 투자자 고민이 깊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애플과 아마존이 다시금 고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관련, 시장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이 계속해서 핵심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P500 기업 현금성 자산 비율은 13.5%로 2000년 이후 최고다. 반면 부채비율은 24.5%로 낮다. 그만큼 기업 IT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IT 지출은 디지털 전환에 집중될 것이며 이는 클라우드 투자로부터 시작된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수혜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10월 새 운영체제 ‘윈도우 11’을 내놨고 2022년 3월 ‘오피스 365’ 구독료를 인상할 예정이라는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다.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최근 우상향한다. 11월 10일 종가는 330.8달러, 이날 기준 1개월 상승률은 12.43%, 6개월 상승률은 34.35%다. 10월 29일 애플을 제치며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올라서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부문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 소비 심리 개선은 구글 핵심 사업인 광고 부문에 희소식이다. 애플이 4월 도입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 역시 구글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애플은 소비자가 아이폰에서 앱을 이용할 때 해당 앱이 사용자 활동 내용을 수집하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조치 이후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은 앱 데이터 추적을 막았다. 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실적이 흔들렸다. 그러나 구글은 검색 엔진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원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 정책으로 광고 시장 내 구글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초 기존 검색 엔진 알고리즘에 비해 언어 이해 능력이 1000배 강력한 알고리즘을 도입할 예정인데 이 역시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11월 10일 구글 종가는 2917.87달러, 월가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중간값은 3350달러다.

애플과 아마존은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가 다수다. 공급망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해결되기 쉽지 않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2 회계연도 1분기에는 공급망 붕괴 충격이 2021 회계연도 4분기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경영진은 4분기 가이던스(실적 예상치)로 매출 1300억~1400억달러, 영업이익 0~30억달러를 제시했다. 월가에서 매출 1420억달러, 영업이익 77억달러를 제시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보다 낮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이던스가 실망스럽다는 점에서 짧은 기간 내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팬데믹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큰 폭으로 뛰어 올해 실적 부담이 크다. 여기에 공급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길게 보면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애플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만큼 공급망 이슈만 해결되면 실적이 다시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이연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우려가 과하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결제 등 서비스 부문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도 긍정론을 뒷받침한다. 최근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을 책임지던 크리스토퍼 무어를 영입하는 등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은 중고 화물기 확보를 추진하는 등 물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와 광고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간다. 올해 3분기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은 1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디지털 광고가 포함된 기타 사업 부문 역시 매출이 49% 증가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률이 30%를 웃돌았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디지털 광고 사업 성장세도 긍정적인 신호다.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4호 (2021.11.17~2021.1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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