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소리소문없이 '메타버스 기업' 사냥

3년 간 21개 인수…대부분 게임·VR 등 메타버스 핵심 기업

인터넷입력 :2021/11/16 13:19    수정: 2021/11/16 15: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소리 소문없이 인수 합병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과 게임 관련 회사들을 연이어 손에 넣으면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미국 IT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3년 동안 21개 기업을 인수했다. 이 중 상당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작년 12월 이후 성사됐다.

FTC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가 문제 있다면서 공격을 퍼붓고 있는 와중에도 페이스북은 다른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사진=메타)

리코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포스트에 재미있는 GIF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 커스터머 등을 연이어 손에 넣었다.

최근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게임과 VR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두 부문은 메타버스의 핵심 축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 위딘·유닛2게임즈 등 연이어 손에 넣으면서 착착 준비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버스로 바꾼 다음 날도 흥미로운 인수 합병을 단행했다. 몰입형 VR 피트니스 앱 ‘슈퍼내추럴’을 개발한 업체 위딘을 인수한 것. 역시 메타버스의 핵심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많은 기업이다.

피트니스 앱인 슈퍼내추럴은 다양한 VR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여러 색의 구슬을 격파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앱은 페이스북이 보유하고 있는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헤드셋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위딘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회사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페이스북이 인수 금액으로 5억 달러 이상을 지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리코드가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의 아바타가 페이스북이 메타로 회사명을 바꾼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씨넷)

지난 6월 인수한 유닛2 게임즈 역시 눈길을 끈다. 게임 개발 플랫폼 ‘크레이타’를 서비스하고 있는 유닛2 게임즈 인수는 페이스북의 향후 전략이 어느 쪽을 향하는 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닛2 게임즈 인수 때는 페이스북이 공식적으로 ‘메타버스 퍼스트’를 선언하기 전이었다. 메타버스를 향한 페이스북의 질주는 꽤 오랜 기간 준비된 행보였던 셈이다.

페이스북이 VR사업에 대한 야심을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2014년이었다. 그해 페이스북으 VR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의 핵심축인 VR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기반이 됐다.

이후 페이스북은 VR 뿐 아니라 증강현실(AR) 쪽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VR, AR 사업을 총괄하는 리얼리티 랩스에는 1만 명 가량이 종사하고 있다. 페이스북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달 유럽연합(EU) 지역에서 메타버스 컴퓨팅 플랫폼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개발자 1만 명 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외치는 이유? 진정한 플랫폼 독립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독자 플랫폼'에 대한 강한 욕심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코드는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모바일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과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최근 FTC를 비롯한 미국 규제기관과 의회가 페이스북의 독점적 행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리나 칸이 이끌고 있는 FTC는 페이스북의 소셜 미디어 시장 경쟁 방해 행위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FTC 본부.

그 타깃 중 하나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다.

하지만 게임, VR 같은 영역은 아직은 다양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다. 메타버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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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페이스북은 ‘독점 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

FTC와 미국 의회로부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분할’ 압박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보란 듯이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런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